본문 바로가기

100715 - 도서 '해전의 모든 것 : 전략, 전술, 무기, 지휘관 그리고 전함'

by staff6 2010. 8. 5.
가격이 무려 3,5000원이다. 비싸긴 하지만 하드커버에다 해전 상황을 쉽게 알려주는 해도와 각종 사진, 일러스트들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해전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 초심자 기준이라면 괜찮은 수준이다. 사실 역사 속의 한 사건을 자세하게 서술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만큼, 여러 유명한 해전들을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점이 매력이다. 사실 이런 책으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좀 더 자세하게 서술된 책을 찾아서 읽는 것이니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심하다 못해 치명적인 수준의 번역이다. 1970~1980년대에는 외국의 책이 직접 번역되는 것보다,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중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고유 명사 등에서 오역이 많았는데... 2010년에 그 당시의 중역서를 다시 읽는 기분이 들 줄은 정말 몰랐다.
최근 뉴스를 보면 조지아 운운하지만 잘 읽어보면 다른 동네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그루지야(Georgia)다. 이건 번역 과정에서 문맥만 잘 살펴봐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문제인데 그냥 영어로만 읽고 또 생각해버리니 미국의 한 주로 인식된다. 한(왕)국에서 외국은 영어권 국가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만을 지칭하는 것일까?
(2010.8.6 수정 : 그루지야 정부가 2008년에 국가 명칭의 표기를 러시아식-그루지야-에서 영어식-조지아-으로 바뀌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정작 제 눈의 들보를 몰라봤군요-.-a)

이 책을 번역한 분이 해군/해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특유의 단어들을 풀어쓴 것은 그렇다쳐도 책 속의 각종 지명, 인명을 전부 영어 기준으로 번역한 것에 그야말로 질려버렸다. 책을 읽다가 도대체 원문이 뭔지 너무 궁금한 것도 정말 오래간만에 드는 기분이었다.

사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책은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다. 한(왕)국에서는 협소한 시장 문제로 인해 2권까지만 출간되고 소식이 끊어졌지만, 번역의 질은 정말 대단하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영국 해군 조직도에 대해 설명을 위한 각주를 달고, 주인공 중 한 명인 잭 오브리가 어설프게 배운 외국어를 지껄이는 것도 한(왕)국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원래 표기와의 차이도 전부 주석으로 달았다.
정말 이렇게 열심히 번역한 책은 오래간만에 봐서 번역자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괜찮은 책이 수준 이하의 번역으로 망쳐진... 정말 아쉬운 경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