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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비평

상암IT타워 지하 1층 찌개마루

by staff6 2011. 7. 25.
육개장 5,000원

수렵견 혹은 목양견을 벗삼아 밤하늘의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던 유럽인들에게 있어 개를 먹는다는 것은 걸인이 바가지를 발로 밟는 즉 영업 도구를 부수는 자살 행위였다. 그에 반해 단위별 소출에만 집착하여 벼농사를 짓는 한반도인들에게 영업 도구는 단연코 소였다. 
그런 만큼 개의 위치는 유럽에 비해 낮았다. 게다가 쉽게 길들일 수 있고 아무 거나 먹으면서 빨리 자라며 번식력도 좋은, 즉 식용 가축으로 매우 적절하다는 점으로 인해 한반도의 개들은 여름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런 연유로 조리하기 시작한 개장국의 레시피에, 비위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어 끓인 것이 육개장이다. 개장국이든 육개장이든 (당시 기술로 고온 고압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조리 기구인) 무쇠 가마솥에 오랜 시간 끓여 현대인에 비해 치아가 부실하기 쉬운 사람들도 쉬이 씹어 삼키게 만들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소의 육개장은 소고기를 '조금' 넣고 '대충' 끓였다. '조금' 넣는 것은 작금의 물가 폭탄으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도 '대충' 끓인 경우는 소고기의 특성상 외려 질겨지는 만큼 여름철 건강을 조금이라도 챙겨보겠다고 육개장을 선택한 사람들의 선택을 잔인하게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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